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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산자락에서 실을 엮다: 몽족 할머니와 함께한 하루

by 큐* 2025. 8. 6.

치앙마이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 도착한 작은 마을. 열대 식물의 짙은 녹음과 흙냄새가 뒤섞인 이곳 공기에는 무언가 특별한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시끌벅적한 관광지를 벗어나 현지인의 삶 깊숙이 들어가 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감 하나로 '몽족 전통 직물 짜기 체험'을 찾아 나선 길이었습니다.

 

치앙마이의 산과 안개가 어우러진 몽족 마을 전경
참고용 이미지: 치앙마이의 산과 안개가 어우러진 몽족 마을 전경

 

실 한 올에 담긴 인연: 몽족 직조 체험 예약하기

치앙마이에는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수공예 체험이 있지만, 몽족의 직조 기술을 직접 배우는 경험은 조금 더 특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대규모 투어 상품보다는, 현지 장인이 직접 운영하는 소규모 공방이나 사회적 기업을 통해 예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소규모 공방 예약:
    • 사전 예약은 필수: 대부분의 공방은 소규모로 운영되며, 장인이 직접 수업을 준비해야 하므로 최소 며칠 전에는 이메일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해야 합니다. 'Chiang Mai Hmong weaving class'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몇몇 공방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수업료와 포함 내역 확인: 수업료, 소요 시간(보통 3시간에서 반나절), 그리고 수업료에 재료비와 완성품이 포함되는지 꼼꼼히 확인하세요.
  • 여행자 팁:
    • 통역: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장인들이 많습니다. 기본적인 태국어나 바디랭귀지를 준비해가면 더욱 즐거운 소통이 가능합니다. 때로는 공방에서 간단한 통역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 마음가짐: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한 문화의 정수를 경험한다는 열린 마음으로 참여해보세요.

 

베틀 앞에 앉아, 시간의 무늬를 짜다

나무로 만들어진 소박한 몽족의 전통 베틀
참고용 이미지: 나무로 만들어진 소박한 몽족의 전통 베틀

 

공방에 들어서자,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나무 베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색색의 실타래와 베틀의 소박한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습니다. 오늘 저의 스승이 되어주실 몽족 할머니께서는 말없이 웃으며 베틀 앞으로 저를 안내했습니다.

수업은 베틀에 실을 거는 기초적인 과정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날실 사이로 색실이 담긴 북을 넣고, '바디'라 불리는 도구로 실을 다져 한 줄 한 줄 단단하게 엮어냅니다. 처음에는 서툴기만 한 손놀림에 실이 엉키기 일쑤였지만, 할머니는 재촉하는 법 없이 묵묵히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 직조 과정 요약:
    1. 기본 원리 배우기: 날실(세로실)과 씨실(가로실)의 개념을 이해하고 베틀의 구조를 파악합니다.
    2. 북 다루기: 씨실이 감긴 북을 양손으로 주고받으며 날실 사이에 통과시키는 연습을 합니다.
    3. 바디 치기: 북이 지나간 씨실을 바디로 '탕, 탕' 쳐서 촘촘하고 균일한 직물을 만듭니다.
    4. 패턴 만들기 (기초): 색실을 바꾸거나 다른 직조법을 이용해 간단한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봅니다.

 

몽족 장인의 도움을 받아 베틀에 앉아 직물을 짜는 모습
참고용 이미지: 몽족 장인의 도움을 받아 베틀에 앉아 직물을 짜는 모습

 

단순한 움직임의 반복. 하지만 그 속에는 놀라운 집중과 평온함이 있었습니다. '탕, 탕' 베틀 소리가 산골 마을의 고요함 속에 규칙적으로 울려 퍼질수록, 복잡했던 머릿속은 비워지고 오직 눈앞의 실과 손끝의 감각에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언어를 넘어, 마음으로 나눈 대화

몽족 할머니의 주름진 손과 체험 참가자의 손이 함께 실을 만지는 모습
참고용 이미지: 몽족 할머니의 주름진 손과 체험 참가자의 손이 함께 실을 만지는 모습

 

할머니와 저는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베틀 소리와 눈빛, 그리고 서툰 손짓으로 대화했습니다. 제가 실수를 할 때면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내 예쁜 무늬가 만들어지면 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셨습니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제 손 위를 스치며 베틀 다루는 법을 알려줄 때, 그 따스한 온기는 어떤 말보다 더 깊은 위로와 격려를 전해주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할머니가 직접 차려주신 소박한 음식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풋고추와 찐 채소, 찰밥뿐인 단출한 밥상이었지만,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있었습니다. 음식을 나눠 먹으며, 우리는 비로소 스승과 제자가 아닌, 마음을 나눈 친구가 되었습니다.

 

여행의 마침표,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직물 한 조각

체험이 끝날 무렵, 제 손에는 손바닥만 한 작은 직물 조각이 들려 있었습니다. 삐뚤빼뚤하고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치앙마이의 햇살과 바람, 낯선 이의 친절함, 그리고 서툰 노력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기념품입니다.

이 작은 직물 조각은 단순한 물건이 아닙니다. 베틀 앞에 앉아 실을 엮으며 느꼈던 평화로운 순간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따뜻한 마음을 나눠준 몽족 할머니와의 추억, 그리고 제 손으로 무언가를 창조해낸 소중한 성취의 증표입니다. 몽족에게 직물이란 가족을 지키는 보호막이자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신성한 그릇이라고 합니다. 이제 저는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화려한 사원과 코끼리 트레킹 너머에 숨겨진 진짜 치앙마이의 영혼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