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산 사쿠라지마가 내뿜는 강렬한 에너지와 검은 화산재. 가고시마의 땅은 거칠지만, 그 안에는 뜨거운 불을 만나 비로소 영롱한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는 생명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바로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츠마야키(薩摩焼)’, 즉 사츠마 도자기입니다. 저는 이 도시의 진짜 영혼을 만져보고 싶어, 가고시마의 흙을 직접 빚어보는 도자기 만들기 클래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공예 체험을 넘어, 흙과 불, 그리고 역사가 빚어내는 예술과 교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초보 도예가를 위한 사츠마야키 체험 팁
가고시마에는 여행자들이 사츠마야키의 매력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공방들이 많습니다. 특히 조선 도공들의 후예들이 모여 사는 ‘미야마(美山) 도예 마을’은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합니다.
- 사츠마야키의 두 얼굴: 사츠마야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 시로사츠마(白薩摩): 상아색 바탕에 화려한 그림과 금장이 들어간 귀족적인 도자기. 주로 감상용이나 다도에 쓰였습니다.
- 쿠로사츠마(黒薩摩): 철분이 많은 흙으로 빚어 검고 투박하며 질박한 매력이 있는 도자기. 서민들의 생활 식기로 사랑받았습니다. 대부분의 공방 체험은 이 쿠로사츠마를 만들게 됩니다.
- 예약 방법:
- 미야마 도예 마을: 이 마을에는 여러 공방이 모여 있으며, ‘미야마 토유칸(美山陶遊館)’ 등에서 초보자를 위한 체험 교실을 운영합니다.
- 유명 가마(窯):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심수관 가마(沈壽官窯)’ 등 유서 깊은 곳에서도 일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니,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 확인할 점: 체험 비용에 점토, 유약, 가마 소성비가 포함되는지, 완성된 작품을 해외로 배송해주는지(배송비 별도) 미리 확인하세요.
화산재의 흙, 내 손안에서 새로 태어나다
미야마 도예 마을의 한 공방. 문을 열자 서늘한 흙냄새와 함께, 선반을 가득 메운 무수한 도자기들이 저를 맞았습니다. 수백 년의 시간이 쌓인 듯한 이 고즈넉한 공간은, 흙을 빚는 행위가 얼마나 진중하고 고요한 작업인지를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제 앞에는 도자기 물레(로쿠로)와 함께 짙은 회색의 흙덩이가 놓였습니다. 사쿠라지마의 화산재가 섞인, 철분이 풍부한 이 흙은 가고시마의 심장 그 자체였습니다. 차갑고 묵직한 흙의 감촉을 느끼며, 저는 잠시 숙연한 마음으로 이 땅의 에너지를 느껴보았습니다.

장인의 시범은 마술과도 같았습니다. 거친 흙덩이가 그의 손길 몇 번에 부드럽게 중심을 잡고, 이내 우아한 곡선의 찻잔으로 솟아올랐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 차례가 되자, 흙덩이는 제 마음처럼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장인의 도움을 받아 겨우 중심을 잡고, 두 손으로 흙을 감싸 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흙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며 점차 형태를 갖추어가는 미세한 감각. 그것은 온전히 손끝에 집중하며 흙과 대화하는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투박하지만 제 손길이 고스란히 담긴 컵이 완성되자, 다음은 유약을 선택할 차례였습니다. 제가 만든 그릇은 이제 가마의 뜨거운 불꽃 속에서 마지막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어떤 유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색과 무늬로 재탄생할 거라는 설명에, 저는 제 작품의 미래를 상상하며 신중하게 유약을 골랐습니다.

400년의 기술, 따뜻한 손길로 전해지다
체험 내내, 도예 장인은 재촉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제가 흙과 씨름하며 쩔쩔맬 때마다, 그는 조용히 다가와 제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 흙의 길을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그의 투박한 손에는 400년간 이어진 사츠마야키의 역사와 지혜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는 사츠마야키가 임진왜란 당시 끌려온 조선의 도공들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역사와, 쿠로사츠마가 서민들의 삶 속에서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아왔는지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의 설명 속에서, 제 손안의 흙덩이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배우는 시간
가고시마에서의 도자기 만들기 체험은 모양 좋은 그릇 하나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매끈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와비사비(わびさび)’의 철학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내 손으로 빚은 울퉁불퉁한 컵, 내 의도와는 조금 다르게 흘러내릴 유약, 그리고 가마의 불꽃이 남길 예측 불가능한 흔적까지. 이 모든 불완전함이 모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완성시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행자를 위한 소소한 팁
- 옷차림: 흙이 튈 수 있으니 어두운 색의 편한 옷이나 앞치마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손톱 관리: 손톱이 길면 흙을 다듬기 어려우니 짧게 깎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 기다림의 미학: 완성된 작품은 건조와 소성 과정을 거쳐 보통 1~3개월 후에나 받아볼 수 있습니다. 여행의 추억을 기다리는 설렘을 즐겨보세요.
몇 달 후, 국제 소포로 도착한 작은 상자. 그 안에는 가고시마의 흙냄새와 제 손길, 그리고 뜨거운 불꽃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저만의 컵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가고시마를 여행한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이 땅의 흙을 직접 빚어보세요. 그 묵직한 감촉과 함께, 여행의 기억은 더욱 깊고 단단하게 당신의 마음에 새겨질 것입니다.